[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한국 농촌의 인구는 오랫동안 아주 느린 속도로, 그러나 명확한 방향을 향해 줄어들어왔다. 기계화된 농업, 도시 중심의 일자리 구조, 청년층의 교육·문화 욕구가 도시권에 집중되는 현실 속에서 농촌은 늘 ‘떠나는 곳’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경남 남해군이 최근 보여준 인구 역전 현상은 그러한 흐름에 작은 균열을 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라는 정책 실험이 그 균열의 중심에서 예상 밖의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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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남해군의 10월 전입 인구는 629명으로 전월 대비 131%나 증가했다.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이며, 올해 내내 감소세를 이어오던 인구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반전이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이동이 수도권이 아니라 부산·진주·창원 등 인접 도시 중심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생활권이 겹치는 지역의 주민들이 실제 이동을 결단할 동기를 제공받았다는 뜻이다. 바로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결단의 배경에 놓여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농촌 지역 주민 모두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2년간 지급하는 정책이다. ‘사람이 줄어드는 농촌에서 무엇이 인구 흐름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국가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농업 생산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보전하는 사회적 실험으로서 기능한다.
남해군이 보여준 인구 증가 현상은 기본소득 지급정책이 단기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월 15만 원이라는 금액이 이주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지역에 ‘기본이 보장되는 삶’에 대한 기대가 실질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는 다른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변화다. 기존의 농어민수당이나 농업 공익직불제는 대부분 농업 종사자 중심이었고, 인구 유입 효과는 미미했다. 이번에는 전 주민을 포괄하는 기본소득이 실제로 인구 이동을 자극한 드문 사례가 된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성공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른 지점들이 적지 않다. 기본소득을 노린 위장전입 문제는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주가 정착으로 이어지는지, 2년의 시범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공백으로 남아 있다. 농촌의 의료·주거·교육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도 인구를 ‘머물게 하는 조건’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기본소득은 이주를 가능하게 만들지만 정주를 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사이의 간극이 정책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는다.
남해군 역시 이 지점을 인식하고 있다. 부정 수급 방지나 행정 규제와 같은 소극적 대응을 넘어 기본소득과 연계한 정주환경 개선 정책인 주거 안정, 의료 기반 확충, 교육 접근성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농촌의 삶을 지탱하는 조건은 결국 일상의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지역에 대한 첫 발걸음을 유도한다면 그 다음 발걸음을 이어가게 만드는 힘은 결국 지역이 품은 일상의 질이다.
남해군의 인구 반등은 기적이라기보다 질문이다. 기본소득이라는 하나의 실험이 ‘농촌이 다시 사람이 들어오는 곳이 될 수 있는가’라는 숙제에 작은 해답을 던졌지만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 지역 공동체는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 정책이 아닌 삶의 조건이 사람을 머물게 할 수 있는가 남해군의 변화는 복합적인 질문들을 다시 우리 앞에 놓는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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