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 유로화 도입 추진하나

최진승 선임기자 최진승 선임기자 / 기사승인 : 2021-07-01 1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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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B 디지털 유로 도입 추진 여부 결정

▲ 사진 = 게티이미지.


[아시아뉴스 = 최진승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상회의가 보편화하고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 세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결제수단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비교적 현금 사용률이 높았던 유럽지역에서도 코로나19기간 신용카드·전자결제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한 달간 현금에서 신용카드·전자이용결제로 결제습관을 변경한 독일소비자는 25%에서 43%로 18%p 증가했으며, 이 중 68%는 카드·전자결제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유로(Digital Euro)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2021년 여름 내 디지털 유로 추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는 정확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tial Currency)는 현금·예치금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한 형태다. 국가의 법정화폐에 1:1로 고정되며, 원(KRW)·달러(USD)·유로(EUR)로 불리는 실물화폐를 디지털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 86%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며, 이들 대다수가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화두가 되는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화폐는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지불수단이나 회계단위(unit of account)로 사용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화폐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설정한다는 점이 민간 암호화 화폐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6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기업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Libra)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행보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의 위기의식을 촉발해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페이스북은 최근 가상화폐 형태를 통화바스켓(basket of currencies)이 아닌 미달러화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명칭 또한 디엠(Diem)으로 변경한 바 있다.
 

유럽금융규제당국들은 전 세계 27억명의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이 기존 고객층을 활용해 자체 가상화폐 이용을 빠르게 확대하고, 이를 실물화폐 가치와 연동한다면 민간기업이 자금의 흐름을 장악하고 정부의 금융관리감독 기능을 약화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메르는 빅테크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자사 가상화폐를 결합할 경우 개인정보의 오용·경쟁왜곡·교차보조(cross subsidization)뿐만 아니라 금융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유럽 역외에서 운영하는 가상화폐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유로화의 통화주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 있는 점도 디지털 유로 도입이 가속화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디지털전환 전문연구기업인 Transforma Insights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약 240억 개의 장치가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되며 유럽연합은 이 중 24%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광범위하게 디지털화된 경제에서 화폐는 개인·기업·은행 간에서 원활하게 발행되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사물통신(M2M; machine to machine) 결제, 사용량에 따른 지불모델(pay-per-use model) 등 결제방식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이에 걸맞은 디지털 결제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연방 재무장관 올라프 숄츠는 지난 4월 유로존재무장관회의(Euro group)에서 유럽은 단일통화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불수단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유로 도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디지털 유로의 지지자들은 금융의 수용성(Financial Inclusion)을 도입 근거로 강조한다. 금융의 수용성이란 개인이나 기업이 안전하고 편리한 지불수단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금융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의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유로는 현금과 달리 대량의 화폐를 발행하고 보유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아 화폐관리비용 절감되며, 디지털 결제수단 특성상 익명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자금세탁·테러자금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유로의 가능성 이면에는 그에 따른 해결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디지털 유로 도입 초기에 유럽 시민들이 자산을 모두 디지털 유로로 보유하려고 할 경우 무질서한 예금 이체와 운영으로 막대한 재정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보유 가능한 디지털 유로 금액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금융계좌의 이용이 감소하면서 시중은행 존폐 위기를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는 디지털 유로의 유통·운영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보고서에서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를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유럽중앙은행은 발행만 담당하되 운영은 중개기관에 맡기는 방식 등을 제안한 바 있다.
 

ECB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기존 예금업무는 축소되겠지만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전자지갑(digital wallet,디지털 화폐를 담아두는 지갑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디지털 유로 생태계(ecosystem)에서 새로운 역할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 유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3개월간 진행된 공청회에 참가한 응답자의 41%는 결제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으며, 그다음으로는 보안(17%)·범유럽 통용 가능성(10%) 등이 제기됐다.
 

ECB 이사회 임원이자 디지털 유로 도입추진 테스크포스(Task Force) 의장 파비오 파네타는 지난 1월 공청회 결과 발표회에서 “개인정보로 취할 수 있는 상업적 이익과 연관이 없는 공기관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야말로 전자결제시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는 현대 민주주의와 유럽이 추구하는 가치의 핵심요소임을 강조하며 디지털 유로는 이러한 바탕을 근거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화폐 테스크포스(TF)를 마련한데 이어 카리브해의 섬국가 바하마에서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 샌드달러(Sand dollar)를 발행했다. 일본에서도 같은 기간 디지털 화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디지털 화폐 도입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중국은 2021년 4월 디지털 위안화 시범운영 지역을 11개 도시로 확대했다.
 

현지 무역관은 “디지털 유로의 경우 타당성 검토를 거치고 법적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실제 도입 착수까지 최소 18개월에서 최대 3, 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디지털 결제수단의 효율성과 중앙은행 화폐의 안전성을 결합한 것으로 보다 안전하고 빠르고 쉬운 지불수단이 될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별로 자체 디지털 화폐 도입을 가속화함에 따라 국가 간 거래방식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지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세계 금융환경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진승 기자 jschoi@asia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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