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60주년, 예와 악으로 잇는 전통 음악의 다리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7 0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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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국립국악원이 25년 만에 일본에서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을 다시 선보인다.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예와 악(禮樂)의 정신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종묘제례악은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宗廟)에서 거행된 제례의식 음악이다. 음악(악), 춤(무), 노래(가)가 조화를 이루는 종합 예술의 정점으로, 왕조의 권위보다는 하늘과 조상에 대한 경건한 존중을 표현한다. 1995년 종묘제례가, 2001년 종묘제례악이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는 종묘제례악이 단절 없이 전승된 세계 유일의 왕실 제례 음악이자 공동체의 기억이 살아 있는 예술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립국악원이 이를 보존·연행하는 것은 살아 있는 전통으로 계승하기 위한 시도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4월 19일 일본 도쿄 분쿄시빅홀에서 종묘제례악을 공연한다. 2000년 일본 공연 이후 정확히 25년 만이며,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문화 교류의 상징이다. 이번에는 양국의 유네스코 등재 유산 교류 프로젝트의 하나로, 한국은 종묘제례악을 일본에 선보이고, 일본은 오는 6월 오키나와의 전통 악극 ‘구미 오도리(組踊)’를 한국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일본 공연은 국립국악원이 이어가는 해외 순회 일정의 일부다. 지난 4~5일에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대극장에서 열린 세계 종교 음악 축제 ‘A Tapestry of Sacred Music’에 초청돼 1,5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오는 11월 8~9일 홍콩 콰이 창 극장에서도 초청 공연이 예정돼 있다. 홍콩 무대는 종묘제례악이 처음 오르는 곳으로, 전통 예술의 세계화라는 국립국악원의 목표를 드러낸다.

종묘제례악은 한국에서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종묘대제(宗廟大祭)가 열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제례에서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직접 제례악을 연주하며, 제관과 무용수들이 왕실의 의례를 그대로 재현한다. 조선 시대의 제복, 악기, 무용, 의식 절차가 모두 실제처럼 재연돼 ‘살아 있는 유산의 현장’으로 불린다. 국립국악원에서도 상설공연 ‘토요명품공연’을 통해 종묘제례악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전에는 악기와 의식의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이 곁들여져 일반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종묘제례악의 느림 속에는 조화, 절제, 경건함 등 인류 보편의 예(禮)가 깃들어 있다. 해외 공연은 600년 시간과 경계를 넘어 음악이 여전히 인간의 존엄을 노래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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