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아폴로 11호 뒤편의 침묵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장면이 프레임 바깥에서 완성됐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고, 중심에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라는 존재를 조용히 앉혔다. 달의 후면에서 48분 동안 지구와의 교신조차 끊긴 채 홀로 임무를 지켜야 했던 고독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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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컴퍼니연작 |
한 명의 배우가 장면 전체를 지탱하고 극의 모든 호흡과 정서를 책임지는 1인극 구조는 배우에게 극단적인 집중력과 체력, 감정의 균형을 요구한다. 상대 배우 없이 홀로 무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연기적 기술 이상으로 심리적 무게를 동반한다. 극의 에너지가 흐트러지는 순간이 곧 작품 전체의 균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배우는 자신의 호흡을 정확히 조절하며 관객의 몰입을 끌어안아야 한다. ’비하인드 더 문’처럼 인물의 내면과 고독을 중심으로 서사를 펼치는 작품에서는 배우의 목소리, 눈빛, 정지된 순간마저 서사의 일부가 된다.
이번 공연이 네 명의 배우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를 기용하며 ‘네 가지의 콜린스’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배우가 가진 내면의 온도와 움직임의 결이 다르기에 관객은 동일한 스토리 속에서도 서로 다른 차원의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유준상은 소극장 무대로 17년 만에 돌아와 경력 전체를 압축한 듯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정문성은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며 인물의 불안과 사명을 세밀하게 그린다. 고훈정은 강렬한 에너지 속에서도 설계된 움직임으로 콜린스의 내적 격동을 시각화하고, 고상호는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묵묵한 책임감의 무게를 드러낸다. 네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외로웠던 동일한 한 인간’을 연기하며 1인극의 확장된 감정 스펙트럼을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올해 공연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무대 예술의 강조다. LED 영상이 그려내는 우주의 질감, 달의 뒤편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 배우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조명은 1인극이 흔히 직면하는 공간적 제한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 네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사운드가 결합되면서 고독의 경험은 단 한 사람의 독백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된다. 이는 1인극의 감정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관객에게 시각적·청각적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올해 공연만의 진전이다.
‘비하인드 더 문’의 탄생 과정은 작품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2022년 창작산실 대본 공모 선정, 2023년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우승, 2024년 쇼케이스 호평 등은 작품의 가능성을 끌어올린 중요한 발판이었다. 특히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우승은 초연 창작극으로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작품성·완성도·미래성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충무아트센터 2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이 확정된 흐름까지 고려하면 창작 뮤지컬 생태계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다.
프리뷰 공연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강한 호응으로 모인다. “올해 본 초연 중 가장 깊은 잔상을 남긴 작품”, “1인극 형식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콜린스의 고독이 오랫동안 남는다”와 같은 평가가 이어지며 초연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작품의 음악적 결, 서사의 응집력, 배우의 집중된 연기에 대한 균형 있는 호평이기도 하다.
‘비하인드 더 문’은 영웅의 중심에서 벗어난 인물을 다루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왔는지를 질문한다. 아폴로 11호의 성공은 세 명의 조종사가 함께 만든 순간이었고, 그중 한 명은 달의 뒤편에서 홀로 어둠을 견디고 있었다. 이작품이 끌어올린 것은 거대한 역사 뒤에 감춰진 침묵이며, 그 침묵을 지탱한 책임감과 인간의 내면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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