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칭기스칸 DNA···3번의 위기와 3가지 인연

이상기 논설위원 이상기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2-11 11: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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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역사박물관에 위치한 칭기스칸 동상/ 사진= 게티이미지.

 

[아시아뉴스 = 이상기 논설위원] 누구나 인생에서 ‘세 번의 위기’와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사의 동력은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되곤 한다. 그야말로 참으로 묘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 불행한 사건도 생기지만 사소하게 여겼던 운명적인 만남이 거대한 역사를 창출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칭기스칸의 무대였던 몽골 초원의 당시 사회적 환경은 오늘만이 존재하고 내일은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단세포적인 이익만을 놓고 배반과 보복이라는 척박한 상황에서도 인정과 의리라는 모럴도 분명 존재했다. 훗 날 칭기스칸이 되는 어린 테무친의 청소년 시절에도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반전을 이루었던 세 가지 인연도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칭기즈칸의 가족들을 홀대하고 버리고 떠났던 타이치오드족이 테무친이 커서 다시 부흥할 경우에 대비하여 복수의 싹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급습에서 테무친은 가까스로 도망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위기도 있었다. 도적 떼 급습으로 4필의 말을 약탈당하는 것에 대항하면서 목에 화살을 맞은 테무친은 우연히 만난 보르추 라는 젊은 청년 ‘흑기사’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테무친의 두 번째 위기의 순간 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메르키드족의 수령 톡토아가 자기 동생 약혼녀 후엘룬(칭기즈칸의 어머니)을 빼앗아간 칭기즈칸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차원에서 칭기즈칸의 아내 보르테를 유괴하고 테무친 일가를 부르칸 칼둔으로 몰아낸 메르키트족의 게르 급습사건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겪었던 테무친은 운명을 뒤집는 대전환점을 맞이한다. 숙명적인 인연을 용기 있게 찾아 나선 세 개의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훗 날 스텝의 암흑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도, 이른바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신의 한수’로 평가 받는다. 

 

테무친은 아버지 예수게이가 살아 계실 때와는 다른 비참한 가정환경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서 아버지가 생전에 맺어준 약혼녀, 보르테 아버지를 찾아가 결혼을 간청했다. 테무친은 ‘결혼 동맹’을 통한 ‘처가 세력’후광과 ‘사회적 배경’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보르테가 메르키트족에게 유괴되어 몇 개월 후 임신한 몸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애처로운 상처를 굳이 들춰내지 않는 변함없는 그의 순정은 단순한 사랑의 차원을 넘어선 각별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합쳐진 경외심(敬畏心)으로 발현 되었다.

 

▲ 칭기스칸 추상화/ 이미지= 중국망 제공.

훗날 부인 보르테는 칭기즈칸의 평생 정신적 동지로 남았다. 위대한 ‘정복의 여정’에서 함께 동참한 건장한 아들 4형제를 잘 키운 어머니로서 사려 깊고 분별력 있는 훌륭한 ‘멘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게 된다. 

 

특히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 마다 그의 선견지명과 혜안은 더욱 빛이 났다. 훗날 역사가들은 그녀를 대단히 존경받는 정통성 있는 ‘왕후’로서 칭기즈칸의 위대한 역사를 같이 창조한 ‘영원한 동반자’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한편 결혼 후 안정을 찾은 테무친은 제일 먼저 과거 도적떼의 급습에서 테무친의 목숨과 말을 찾아준 은인 이었던 자기의 ‘누클(盟友)’, 보르추를 자기 무장으로 영입하려는 노력을 했다. 보르추는 칭기즈칸 곁에서 자기 일신을 바치면서 언제까지나 그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다. 그는 칭기즈칸의 평생 무장으로서 ‘대몽골 군’ 최초의 원수에 이름을 올린다.

 

테무친의 아버지 예수게이는 스텝에서도 가장 강력한 케레이트족의 우무머리 토그릴을 복위시키는데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의형제 인연을 기억하고 테무친은 토그릴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토그릴과 테무친의 만남은 칭기즈칸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발자취였다. 토그릴과 테무친은 연합군을 구성해 메르키트족을 무찌르고 자가의 아내 보르테를 되찾는다. 이를 계기로 미래의 칭기즈칸은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타타르족과 몽골내의 부족들을 차례로 복속시키면서 몽골초원의 강력한 부족으로 부상했다.

 

운명적인 만남은 때로는 역사를 바꾼다. 고려 후기 당대 최고의 무장 이성계는 고려가 버린 아웃사이더 이자 정치 낭인이었던 정도전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왕조를 열었다. 평민 출신 유비였지만 삼국지 최고의 장수 조자룡(趙子龍)과 당대의 최고 전략가 제갈량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훗날 삼국시대 촉한의 창업군주에 오르는 단초가 되었다.

 

숙명적인 만남 덕분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갑작스럽게 나락으로 빠진 테무친을 부활시킨 기반은 영원한 반려자 ‘보르테’, 평생 동지‘ 보르추, 아버지 의형제 ’토그릴‘ 과의 인연을 살린 덕분이었다.

 

누구나 항상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가는 지 여부가 결국 성공의 열쇠다. 우연(偶然)한 만남을 소중하게 여겨 헤어질 수 없는 끈끈한 인연(因緣)을 만들었을 때, 이는 때로는 숙명적인 역사를 창출했던 필연(必然)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되새겨 볼 일이다.

 

이상기 객원논설위원(한중지역경제협회장) skrhee@asia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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