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사유가 만나는 여행, 제주 다크투어리즘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0 14:48:43
  • -
  • +
  • 인쇄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제주는 늘 푸른 바다와 오름, 평화로운 자연의 이미지로 대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제주는 이면의 상처와 기억을 잇는 ‘다크투어리즘’ 콘텐츠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해 시행된 모바일 스탬프 투어는 새로운 관광 방식이다.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은 전통적인 관광의 밝고 즐거운 이미지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비극, 죽음, 고통 혹은 사회적 상처가 남아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 형태를 말한다. 전쟁 유적지, 기념관, 감옥, 재난 지역 등이 주요 대상이 된다. 이는 관람자에게 사색과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명소 사진 찍기에 그치지 않고, 그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 희생의 이야기, 사회적 메시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
 

사진=제주도

이 방식은 최근 몇 년 동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부 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부터 ‘전쟁기념관’, ‘홀로코스트 박물관’, ‘9·11 추모 장소’ 등에서 관광이 병행되면서 본격화됐다고 본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감성이나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의 여행 성향이 강해지며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의 다크투어리즘 스탬프 투어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었다. 2023년 IT 디지털 스탬프 기기를 활용한 투어 운영 계획이 있었으며 제주다크투어 조직이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상 프로젝트 ‘제주 43 다크투어리즘 스탬프투어 – 할머니와 손녀’ 같은 미디어 제작 사례도 있다. 제주 4·3 사건 등 사회적 기억을 다음 세대에 잇고자 하는 시도의 일부였다.

이처럼 과거부터 기록하고 기억하는 투어로 자리 잡아 온 다크투어리즘 스탬프 투어는 2025년 모바일 버전으로 진화했다. 올해 투어는 3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16개 유적지와 6개 독립서점을 연계하며 앱 기반 인증으로 참여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이전 스탬프 투어들이 주로 물리적 스탬프 기기와 방문 인증에 집중했다면 이번 모바일 투어는 디지털화와 접근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단 한 곳만 방문해도 기념품을 주고, 완주자에게는 특별한 우편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참여 장벽을 낮추고 흥미 요소를 강화했다.

이런 변화는 제주 관광 콘텐츠의 질적 전환이라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스탬프 투어가 ‘기념과 교육’을 중심에 두었다면 지금의 모바일 투어는 ‘참여와 공유’까지 엮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도 이를 통해 다크투어리즘을 브랜드화하고, 지속 가능한 역사기반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탬프 투어가 기억의 매개체로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독립서점과의 연계는 사유의 공간을 여행자에게 제공한다. 과거 스탬프 투어가 품었던 역사교육의 의의를 오늘날의 여행 감각과 연결하는 전략이다.

투어가 얼마나 많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스탬프 수집을 넘어 사유의 여정으로 확장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방문객이 유적지에서 느낀 감정과 사유를 글이나 여행 기록으로 확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뒤따른다면 관광 이벤트 이상의 문화전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도헌 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사회

+

종교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