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쓰레기 대란, 폐열과 폐기물 사이의 갈등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7-03 16: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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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은 행정과 지역사회가 공유하지 못한 약속과 불신의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지 보여주는 사건으로 남는다. 제주섬의 청정 이미지를 지탱해온 시스템의 균열이 이번 봉쇄 사태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동복리 주민들이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계기는 소각장의 폐열을 농경지에 공급하겠다는 과거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있다. 주민들은 시설 설치 과정에서 제주도가 약속했다고 기억하는 폐열 지원 사업이 실제로는 추진되지 않았으며,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항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제주도는 처음부터 그러한 약속을 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며, 더 나아가 폐열 자체가 주민지원시설인 ‘해돋이 힐링센터’로 이미 쓰이고 있어 추가 공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한다. 행정의 기록과 주민의 기억은 서로 엇갈렸고, 불일치는 갈등의 성격을 신뢰의 문제로 옮겨 놓았다.

봉쇄와 해제가 반복된 지난 1년의 시간은 갈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8월, 주민들은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가 섞여 소각장으로 반입된다고 주장하며 첫 번째 진입로 봉쇄를 시도했고, 제주도는 내부 선별로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상황을 일단락했다. 이후 몇 달 동안 혼합 쓰레기 반입 문제는 계속 제기됐고, 올해 6월 들어서는 폐열 사업의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다시 봉쇄가 시작됐다. 6월 7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원천 봉쇄는 제주 시내 곳곳의 쓰레기 미수거 사태로 번졌고, 더운 날씨에 악취와 위생 문제가 겹치며 시민 불편이 극심해졌다. 6월 10일 저녁, 제주도와 동복리는 폐열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마을 발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했고,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진입로는 6월 11일 전면 개방되며 사태가 진정되는 듯했지만 7월 2일 주민협의체 감시단은 “여전히 혼합 쓰레기 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또다시 봉쇄에 들어갔다. 수거 차량 대부분이 되돌아가며 도심의 쓰레기 적체 우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혼합 쓰레기 반입 여부는 행정과 주민 어느 쪽의 설명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변질됐다. 제주도가 말하는 내부 선별 중심의 처리 방식은 주민들에게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소각로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주민들의 감시 요구는 행정에게는 시설 운영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친다.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간극은 서로 다른 경험과 해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며, 해결은 사실관계 확인보다는 소통 과정의 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

이번 사태가 지금보다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쓰레기 반입이 멈춘 지 단 사흘 만에 도시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다는 사실은 환경자원순환센터가 제주 전체 환경 시스템의 핵심 축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봉쇄가 반복되면 쓰레기 대란은 상시적 위험이 되고, 악취와 해충은 관광 도시 이미지에도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행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앞으로 어떤 환경시설을 조성하더라도 주민 동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결국 제주도는 장기적 환경 인프라 구축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반입 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 감시와 행정 절차를 연결하는 공동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합의에서 언급된 상생협의체가 그저 형식적인 협의 창구가 아니라 지역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구조가 되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양한 경로에서 오간 구두 약속과 설명을 모두 문서화해 향후 오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정의 설명이 주민에게 닿지 않고, 주민의 의심이 행정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갈등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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