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죄가 매우 많습니다

서재경 목사 / 기사승인 : 2019-12-07 08: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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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경 목사

수원 한민교회

 

법을 아주 잘 지키는 공무원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차가 엄청난 속도로 추월하더니 시속 180㎞로 앞질러 내달리는 게 아닙니까. 그러자 그 사람도 급히 가속 페달을 밟아 같은 속도로 그 차를 따라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법과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그 사람이 왜 과속하면서까지 앞차를 따라갔을까요. 이유는 ‘차간 거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답니다.

우스갯소리지요. 쓸데없는 규정만 들이대면서 정작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에는 관심조차 없는 무책임한 관료를 빗대는 풍자일까요. 그런데 좀 고지식하고 답답해 보이기는 하지만 규정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 사람 이뻐 보이지 않습니까. 요즘 누가 차간 거리를 지키려고 애씁니까. 운전을 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규정과 표지는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라 피하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법과 규정을 어기면서도 거기에 걸리지 않는 것, 그것을 우리는 지혜와 능력으로 학습하고 있지 않은가요. 큰 위법은 감지하지 못하고 작은 반칙만을 걸러내는 게 속도계요, 우리 법의 현실이 아닌가요. 불법과 부정, 거짓과 속임수가 일상화되고 큰 불법과 거짓이 능률과 실질로 숭상되는 사회라면 거기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우리의 죄가 매우 많습니다.”(새번역)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죄의 고백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거짓을 품고 거짓을 말하고 거짓으로 살아온 그들의 죄를 고백해야 했습니다. 거짓과 속임수가 판을 치니 공평과 정의가 멀어지고, 성실과 정직이 사라지고, 선한 사람이 약탈당하는 악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사야가 하나님 구원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먼저 백성들의 죄를 고백하게 한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의 역사는 거짓을 심판하고 진실을 세우는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선한 자가 약탈당하고 악한 자가 횡포 부리는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을 품은 채 진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정을 덮은 채 정의로울 수 있는 사회는 없습니다. 불법을 용인한 채 공법을 세울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물며 어떻게 거짓과 부정과 불법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려 한다는 말입니까.

하나님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 모든 거짓과 불의와 불법으로부터 떠나서, 진실과 공의와 성실로 돌아가는 죄의 고백 없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회개 없이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길은 없습니다.

죄를 고백한 이후에는 우리의 기다리는 신앙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바울은 십자가에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재림 신앙은 악이 승리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인내와 희망의 토대입니다. 그러나 재림 신앙은 그때가 언제 어느 시인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재림 신앙은 그때와 시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림 신앙은 하늘을 바라보며 내일을 점치는 신앙이 아닙니다.

문제는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현존,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빛의 자녀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어둠의 자식으로 살고 있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둠 속에 있다면 그날은 도둑처럼 졸지에 심판으로 임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빛 가운데 살고 있다면, 우리가 이미 구원의 은총 안에 살고 있다면, 그때와 시기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살거나 죽거나 그리스도 안에 있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그날을 살아가고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예수님께서도 ‘하나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눅 17:21, 새번역)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대림절이 깊어 갑니다. 이 절기에 우리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우리도 우리의 죄를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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