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권세, 얻을 권세"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 / 기사승인 : 2019-09-06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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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

 

권력의 속성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권력현상 또한 사람 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현실입니다. 권력현상은 정치권이나 국가기관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정에도 있고 직장에도 있고 심지어 동호회에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이스턴은 권력의 기능에 주목해 ‘권위적인 가치 배분 능력’으로 정의하지만,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를 구분’해서 쟁취해야 할 목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액튼은 ‘절대권력의 절대적인 부패’를 강조함으로써 권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권력에 대한 많은 정의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출발점은 폭력입니다. 어떤 권력현상도 물리적 강제력을 배제하고 설명될 수 없습니다. 다만 효율적인 권력 관계를 위해 모든 권력은 권위를 덧입고자 하며, 일인이나 일당에 권력이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권력은 강력한 권위주의로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권위주의는 정통성이 결여된 권위를 보전하기 위해 한층 더 강력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악순환의 길로 치닫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정치는 이 같은 악순환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습니다.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 얘기만도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만도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도 이런 추세에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 위기를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는 가운데 통치권자들은 오히려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이 불안정한 권력질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직면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이 첨예한 권력투쟁의 장에서 무슨 말씀을 하실까요.

먼저 2000년 전 당시의 국제 질서와 권력 관계 속에서 예수님은 어떤 태도를 보였습니까. 우선 로마 식민 정권에 맞서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로마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는 헤롯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주장 어디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세례 요한은 헤롯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감옥에 갇혔고 예수님의 동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메시아의 사명을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헤롯이 요한을 처형하자 예수님은 빈 들로 물러나십니다.

이후 예수님의 공생애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 선포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복음은 정통 유대교 지도자들과 사사건건 시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끝내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권력에 의해 체포, 구금, 판결, 처형의 길을 갑니다. 예수님은 왜 정치 권력과 부딪치지 않고 종교 권력과 갈등을 빚은 것일까요. 왜 정치 권력에 맞서기 위해 종교 권력과의 화해나 연합을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기꺼이 걸으면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영원한 생명입니다. 진리와 자유입니다. 회개와 거듭남의 구원입니다. 보혜사 성령입니다. 예수님은 왜 백성들이 원하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번영 대신 구원을 주시고자 했을까요. 구원은 세상의 어떤 부와 권력도 줄 수 없는 영생이기 때문입니다. 이 생명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결핍감, 부족감,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어떤 분쟁과 갈등도 근원적으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권력이 만드는 기득권 질서는 결코 문제의 뿌리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권력 교체가 혁명을 완수한 일이 없는 까닭입니다.

예수님이 택한 혁명의 도구는 이념이나 사상이나 군중집회가 아니라 십자가의 사랑입니다. 사람을 통제, 억압, 조종, 박해하는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버리는 권세를 사용하심으로 예수님은 구원을 완성하십니다. 예수님은 권력의 악순환을 멈추는 힘은 더 강력한 권력이 아니라 사랑의 권세임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권력을 버리는 권세를 사용하심으로 우리가 사랑의 권세를 얻도록 하십니다. 사랑이 없는 곳은 언제 어디서나 권력이 빈 곳을 채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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