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거룩할지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 기사승인 : 2019-10-22 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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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의 이해 아래 지소미아를 파기했다고 하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대통령은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은 청장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민경제의 악화로 힘들어한다. 대통령은 ‘제조업이 회복되고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하나, 대기업은 외국으로 탈출하고, 중소기업은 폐업한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올해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이다.

현실에서 많은 정치인은 플라톤의 철인이 아니라 동굴의 인간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로스처럼 모순된 이중적 존재이다. 그들은 공정과 정의를 외치나, 자기이익에 민감하고 권력에 쉽게 취한다. 그들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교활한 여우가 되어 거짓말, 간계와 속임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개인적 또는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거짓말 정치의 정수(精髓)는 전체주의자들의 말에서 발견된다. 공산주의 혁명가 레닌 등은 ‘거짓말은 혁명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거짓말도 충분히 자주 하면 참말이 된다’, ‘공산주의자는 법률 위반, 거짓말, 속임수, 사실 은폐 등을 예사로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고 했다.

국가권력은 목적과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와 형식도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정의와 공정은 진리와 진실에 기초한다. 거짓말은 불의한 것이고 정의를 훼손하므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공적이다. 또 거짓말은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다. 선동하는 정치인들의 위선과 거짓으로 인해 국민이 분열되고 갈등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국가는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기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신뢰사회보다 고신뢰사회에서 사회비용이 적게 들고, 신뢰는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민주사회는 진실을 기반으로 한다. 신뢰는 민주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동의와 합의라는 민주적인 관념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경쟁할 때 민주적 합의가 정당성을 가진다. 거짓말은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을 왜곡하고 신뢰를 훼손하므로 민주사회의 독약과 같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할 자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공자는 제자 자공에게 ‘나라를 세우는 입국(立國)에는 식(食), 병(兵), 신(信)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 국방,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중 신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했다. 미국 대통령 워싱턴과 링컨 같은 민주국가의 지도자들은 정직을 최선의 정책으로 삼았다. 영국 총리 처칠은 ‘국민에게 언제나 진실을 말해라. 국민이 화를 내고 욕도 할 수 있지만, 지도자가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도자를 더욱 신뢰할 것이다’고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학식은 배울 수 있고 남에게서 빌릴 수도 있지만, 진실은 그럴 수 없다면서, ‘죽더라도 거짓이 없도록 해라’,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마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짓말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보았다.

하나님께서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애굽기 20장 16절),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고 말씀하신다(레위기 11장 45절). 거짓말은 거룩할 수 없다. 진실과 정직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덕목이다. 지도자는 추상적 정의를 외치기에 앞서 구체적 진실을 말하고, 미래 목표를 제시하기에 앞서 지금 정직을 실천해야 한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불리한 때에도 진실을 말하고 정직을 실천하는 신념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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