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원회' 이유로 이재용 양형 가능 여부에 논란

김재성 기자 김재성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0 17: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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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법원이 최근 삼성이 설립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은 지난 9일 그룹의 윤리 경영을 상시로 감시할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횡령·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17일 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25일 첫 공판에서 설치하라고 요구한 준법감시위의 운영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형량을 징역 3년 이하로 낮춰 집행유예를 선고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법원이 노골적으로 이 부회장을 풀어주려고 가이드 제시하고 실형 못하게 애쓰고 있다"라거나 "법리적으로 잘못이 있는지 따져서 형량을 따지면 되지 재판부가 왜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등 반응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다.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양형사유로 반영하겠다는 재판부의 입장에 대해 법원 측은 공정한 선고형을 내리기 위해 법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양형기준안'에 입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20일 대법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향후 범죄를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범죄 후 정황'도 양형에 참작할 수 있다"며 "재판 중에 준법감시위를 설치해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했더라도 충분히 참작 가능한 범죄 후 정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원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인 횡령죄 재판에서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한 경우에는 이를 참작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선고형을 결정하도록 한다.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설치·운영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선고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형량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진지한 반성'은 법원이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작될 수 있는 사유에도 해당한다. 즉 준법감시위 점검을 통해 삼성이 향후 '국정농단 협력'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준법감시위가 '진지한 반성'으로 인정돼 양형 사유나 집행유예 참작 사유로 인정되더라도, 그 자체로 이 부회장에게 3년 이하의 징역형과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횡령죄의 양형 사유는 양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특별인자 14개(감경요소 9개, 가중요소 5개)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인자 13개(감경요소 8개, 가중요소 5개)로 구성된다. '진지한 반성'은 일반인자 중 하나여서 횡령죄 양형의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다른 부정적인 양형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일반 양형 사유인 '진지한 반성' 만으로 집행유예의 전제조건인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계속적으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작출하는 등 범죄의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고,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매우 크다"는 점을 불리한 양형사유로 판시했다.

또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사안이라는 재판부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그것이 집행유예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한 재판부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횡령죄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집행유예는 13개 주요참작사유(부정 6개, 긍정 7개)와 25개 일반참작사유(부정 11개, 긍정 14개)에 의해 결정되는데, '진지한 반성'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 참작사유 중 하나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과 집행유예는 특별인자와 주요참작사유를 위주로 판단하고, 그것만으로는 최종 판단이 어려울 경우 일반인자와 일반참작사유를 고려해 판단을 내린다"며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입장은 '여러 사유 중 하나로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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