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암각화 보존과 생활용수 확보…울산의 과제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6 10: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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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울산 울주군 대곡천의 사연댐 저수지 안에 자리한 반구천 암각화는 선사 시대 한반도 사람들의 삶과 예술,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구한 시간의 흔적이다. 최근 이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고, 가치와 보존 위기 또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또는 방구대 암각화, Bangudae Petroglyphs)는 울산 대곡리의 바위 면에 새겨진 고대의 조각상으로, 국보 제285호로 지정돼 있다. 이 바위그림은 약 6,0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 나아가 신라 시대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형상과 문자를 포함하고 있다.

바위에는 고래, 거북, 육상 동물(호랑이, 사슴 등), 사냥꾼, 배, 도구, 그물 등이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으며, 고래사냥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고래를 사냥했는지,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었는지, 생존 전략과 예술적 감각이 어떻게 융합되었는지 읽을 수 있다.

암각화는 선사 사회의 신앙, 경제, 사냥 기술이 복합적으로 담긴 문화적 텍스트로 해석된다. 고래 사냥이라는 매우 드문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예술적으로 가치를 지닌다.

2025년 7월, 국제 자문기구 ICOMOS는 반구천 암각화를 세계유산 등재 권고했다. 이들은 암각화의 관찰력과 구도, 고래 사냥이라는 매우 희소한 주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예술성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선사 시대부터 6,000년에 걸친 암각화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이며, 동남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발전 과정을 집약해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했다.

‘암각화(petroglyph)’란 바위 표면에 새긴 그림이나 문양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류의 문화 표현 중 중요한 형태로, 아프리카, 유라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한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알타 암각화, 러시아의 카마 암각화, 브라질·아르헨티나의 암각화 유적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반구천 암각화는 고래 사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세계적 유사 사례 중에서도 고유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래, 배, 사냥꾼이 조합된 복합적 장면은 인류가 바다 생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울산과 한국 문화 유산 전체에 큰 의미를 지닌다. 유네스코 등재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며, 학술·관광·문화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 실제로 울산시는 등재 직후 암각화 주변에 문화행사, 전시, 관광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보존 책임을 국제적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신호가 된다. 이를 통해 수위 조절, 수문 설치, 현지 커뮤니티 참여 등 장기 보존 전략이 더욱 체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지역 정체성과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의 기회로 다가온다. 울산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관광과 도시 문화의 융합을 꾀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문화 자긍심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빛나는 유산 뒤에는 난제가 있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시의 식수원인 사연댐 저수지 안에 있다.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가 침수돼 손상되기 시작하며, 실제로 집중호우 때 자주 잠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각화를 보존하려면 댐 수위를 낮춰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생활용수 공급이 줄어든다. 울산은 하루 최대 13만1000 톤의 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시는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을 세웠다. 회야댐 저장 용량 증대, 지하저류댐 건설, 해수담수화, 새로운 댐 개발, 경북 운문댐의 물 공급 등을 통해 하루 최대 36만 톤의 추가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반구천 암각화는 자연과 문명의 조화가 걸린 문제이자 현대 사회의 물 자원, 보존 정책, 도시 계획이 얽힌 복합적 과제다. 유산 보존과 생활시설 확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는 울산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당면한 문제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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