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FOCUS ON] “내 주변 다 맞았다” 위고비, 체중 감소와 안전의 균형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8 1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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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일상의 병원에서 위고비를 쉽게 투약할 수 있게 되면서 주변에서 위고비를 맞았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에도 비만이 해결되지 않아 위고비 투약을 결심했지만 입구에서 수차례 고민한 끝에 병원 문턱을 넘었다는 속내가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위고비를 투약한 A씨는 뉴스타임스에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위고비 투약을 결심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PT와 운동을 해왔지만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으로 식단 관리가 한계적이었고, 운동량이 섭취량을 초월하지 못하면서 체중 관리가 도돌이표 되는 상황이 매번 발생했다”며 “무섭고 두려웠지만 병원을 찾게 됐다. 위고비 투약 후에는 메스꺼운 증상이 있었다. 부작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성분을 바탕으로 한 주사형 비만 치료제다. 본래 이 물질은 당뇨병 치료제로 ‘오젬픽(Ozempic)’ 이름으로 쓰이던 약이었고, 용량과 적응증을 비만 관리용으로 변형해 개발된 것이 위고비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 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

위고비는 STEP 프로그램이라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했다. STEP 1~4 시험에서 위고비(주 1회, 2.4mg)를 투여한 참가자들은 위약군에 비해 체중 감소가 현저했으며, 특히 STEP 4에서는 치료 중단 시 일정량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STEP 5 장기 연구에서는 2년간 투약했을 때 평균 15% 이상의 체중 감소를 지속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데이터는 많은 이들에게 ‘비만 약물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통한 장기 복용은 단순 체중 감소 외에도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 회사의 보고서에서는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2.4mg)가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약 20% 줄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런 배경에서 실질적인 투약이 확대되고 있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과거로부터 끊이지 않았고, 체중 조절을 넘는 건강 관리 약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림자가 드리기 시작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위원회(PRAC)는 지난 6월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위험이 아주 드물지만 존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시신경으로 향하는 혈류가 줄어들어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매우 드물게 약 1만 명 중 1명 꼴(1/10,000)에서 발생할 수 있다.

EMA는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시력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의사에게 즉각 연락할 것을 권고하며, 만약 NAION이 확인되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하라고 명시했다. WHO 역시 위험성을 주의 깊게 감시하고 경고를 발령했다.

흔히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설사, 복통, 변비 등 위장계 증상이 있다. 임상시험에서 일부 참가자는 이러한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위험성이 사용자에게 충분히 알려졌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EMA의 권고가 나온 후에야 라벨에 해당 부작용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으며, 일부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상에서 “시력이 흐려지고 깜깜해지는 듯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위고비 투약을 멈추지 않는다. 단 기간에 체중이 눈에 띄게 줄고, 외모와 건강이 개선되며, 자존감과 삶의 만족감이 올라가는 경험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더구나 비만 치료의 실패 경험이 많았던 사람들에게 위고비는 마치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체형 관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압박은 여전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외모 경쟁, 건강 우려, 미디어의 영향 등은 약에 대한 수요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 치료 옵션의 한계 속에서 위고비는 많은 사람에게는 현실적 희망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위고비는 마법의 해결책이 아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체중 조절을 보조해주지만 생활 습관 변화 없이 약물만으로 장기적인 비만 해결은 어렵다. 임상시험에서도 위고비는 식단 관리를 통한 칼로리 제한, 적절한 주당 운동 시간과 병행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 투여를 중단하면 일부는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 STEP 4 연구에서는 약물을 중단한 뒤 약간의 체중이 다시 회복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비만이 약으로만 조절하는 질환이 아니라 생활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된 만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또 다른 위고비 투약자인 B씨는 “혼자 하기 무서워 아내에게도 권유해 함께 맞았다. 투약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체중이 20kg가량 줄었다. 평소 먹는 양이 많았다. 특히 탄산음료를 물처럼 마시는 습관이 있었는데, 반드시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인 C씨는 “16kg이 줄었는데 투약 후반부에는 식욕이 조금 돌아온 것을 느꼈다. 투약을 중단한 후 체중이 다시 돌아갈까봐 걱정이 된다. 러닝 등으로 운동을 늘리려 한다”고 전했다.

위고비는 분명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 경고 또한 주시해야 한다. 체중 감량을 위해 단기간의 성공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술과 약물이 제공하는 해결책 뒤에서 어떤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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