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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관광공사 |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기후의 변화는 뉴스가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다가온다. 봄이 빨라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으며 이상할 정도로 비가 단시간 내에 쏟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최근 7년간의 기후변화와 관광수요 분석 결과는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겼던 ‘여행의 계절’이 기후 변화로 인해 조용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 관광 데이터를 결합해 관광지 유형별 방문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관광수요의 지도가 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연 관광지는 기온 상승에 가장 민감했다. 6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를 경우 방문객이 약 9.6% 감소했다. 초여름의 무더위가 피서가 아닌 회피의 대상가 된 셈이다. 반면 휴양 관광지는 10월 기준 13.5% 증가하며 ‘따뜻한 가을’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문화·역사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비교적 둔감했지만 계절적 집중도는 여전히 존재했다. 여행자들은 계절을 피하는 대신 새로운 온도대에 맞는 휴식의 시점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계절 구분마저 바꾸고 있다.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가 불과 6년 사이 평균 3일 빨라졌고, 봄의 성수기도 5월에서 3~4월로 이동했다. 여름은 자연·휴양 관광의 중심이 7월에서 8월로 밀리며 더 뜨겁고 짧아졌다. 가을만이 유일하게 기온 상승의 긍정적 효과를 누리는 계절로, 10~11월은 안정적인 성수기로 자리 잡았다. 반면 겨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스키장 개장 시기가 늦춰지고 적설량 부족으로 시즌이 단축되면서 사실상 성수기로서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관광정책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기에 한국관광공사는 분석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계절 분산형 관광정책으로 특정 시즌 집중을 완화하고, 봄·가을 중심의 관광을 확장해 연중 균형을 맞춘다. 지속가능한 관광콘텐츠 발굴로 기후 친화적 체험관광, 지역 생태 보존형 관광지 개발을 장려한다. 기후 회복력(Resilience) 중심의 관광 인프라 구축해 폭염·폭우·적설 부족 등 기후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날씨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관광산업의 구조 자체를 기후 적응형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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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관광공사 |
관광 분야에서도 기후 행동(Climate Action)은 국제적 의제가 됐다. 파리기후협정(2015)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다. 관광 분야는 탄소배출 감축 대상 산업 중 하나로 명시됐다. UNWTO(세계관광기구)의 ‘글래스고 선언’(2021)은 관광산업의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각국의 관광기관이 ‘탄소중립 로드맵’을 공개하도록 권고한다. OECD 지속가능관광지표(Sustainable Tourism Indicators)는 관광개발 시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역사회 참여, 에너지 효율성 등을 측정해 국가별 평가에 반영하게 한다. 한국도 2023년부터 ‘2050 탄소중립 관광전략’을 수립해 친환경 교통수단 확충·저탄소 숙박인증제·그린투어 패스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탄소를 덜 배출하는 여행이자 기후의 변화를 감각하고 그것에 맞춰 새로운 계절 감수성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기온 1도의 변화가 관광의 지형을 바꾼다면 우리의 여행법 또한 바뀌어야 한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위기는 결국 여행이라는 문화의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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